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글로벌특허는 '언제 할지'보다 '어떻게 할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요즘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대표님들로부터 글로벌특허 관련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반가운 건 그만큼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거고, 걱정이 되는 건 잘못된 정보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거거든요.

글로벌특허, 도대체 뭐가 다른가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 같은 특허인데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국내 특허는 대한민국 특허청 한 곳에 출원해서 등록을 받으면 끝입니다. 그런데 글로벌특허는 나라마다 특허청이 따로 있고, 심사 기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비용 구조도 전혀 다릅니다. 미국 특허청(USPTO)은 미국법 기준으로 심사를 하고, 유럽특허청(EPO)은 또 그 기준이 다르며, 중국 특허청(CNIPA)은 또 별개입니다.
19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미국이랑 유럽이랑 한 번에 등록할 수 있나요?"입니다. 한 번에 등록이 되는 건 아니지만, PCT(특허협력조약)라는 제도를 통해 하나의 출원으로 여러 나라에 진입하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좀 더 이야기 드릴게요.

PCT 출원, 만능열쇠가 아닙니다
PCT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PCT 출원하면 전 세계에 특허 등록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PCT는 '등록'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수단'입니다. 정확히는, 우선일로부터 30개월(일부 국가는 31개월)의 여유를 가지면서 각 나라에 진입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국제 출원을 하나로 묶어서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등록은 각 나라별로 따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PCT는 "일단 자리를 잡아두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30개월 안에 사업 방향을 확인하고, 어느 나라에 진입할지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거죠.
최근 상담한 한 스타트업 대표님은 PCT 출원 후 아무 조치 없이 30개월이 지나버린 상황에서 저에게 오셨습니다. 이미 각국 진입 기회를 날린 뒤였죠. 그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PCT 출원했으니까 다 된 줄 알았어요." 안타까웠습니다. 진짜로.

나라별로 전략이 달라야 합니다
글로벌특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느 나라에 출원할 것인가'입니다.
무조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다 하면 좋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나라 하나 진입하는 데 기본적으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들어갑니다. 번역 비용, 현지 대리인 비용, 관납료까지 합산하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여쭤봅니다.
지금 타겟 시장이 어디입니까? 제품을 팔 나라가 어디고, 경쟁사가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미국 특허가 최우선입니다. 중국 공장에서 카피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 중국 특허가 필요합니다. 유럽 전체를 커버하려면 EPO를 통한 유럽 특허가 효율적일 수 있고요. 목적에 맞게 나라를 선택해야지, 막연하게 '전 세계 다'는 예산 낭비로 이어집니다.
단순한 대리를 찾는 분이 아닌, 장기적인 윈윈 관계를 원하는 분들을 전 좋아합니다.

미국 특허,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미국 특허를 한국 특허랑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진행해 보면 상당히 다릅니다.
미국은 심사관과의 '인터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거절이유가 나왔을 때 단순히 서면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 심사관과 직접 전화 또는 화상으로 논의하는 인터뷰 절차가 있거든요. 이게 잘 활용되면 등록 속도도 빨라지고 권리 범위도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선발명주의에서 선출원주의로 2013년에 전환됐지만, 여전히 공개일 이전의 발명 사실을 증명하는 절차들이 남아 있어 복잡합니다. 출원 명세서 작성 방식도 한국과 다르고, 청구항 기재 방식도 다릅니다.
제가 삼성전자 무선통신사업부의 국내외 특허출원 업무를 담당했을 때 미국 특허를 수없이 다뤘습니다. 그때 느꼈던 건, 미국 특허는 현지 대리인과의 소통이 절반이라는 겁니다. 국내 변리사가 아무리 잘 써도, 현지 대리인이 허술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셀프로 해외특허 진행하면 어떻게 되나요
가끔 이런 분이 계십니다. 직접 PCT 출원을 해보겠다고요.
글쎄요. 말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솔직히 권하지 않습니다.
국내 특허도 셀프 진행 시 등록률이 30~50% 수준인데, 해외 특허는 언어 장벽에 각국 법률 차이까지 더해집니다. 번역 하나 잘못되면 권리 범위가 통째로 달라질 수 있고, 기간을 하루라도 놓치면 그 나라 진입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저에게 오신 한 제조업 대표님이 있었습니다. 직접 PCT 출원을 하셨는데, 청구항을 너무 좁게 써서 경쟁사가 조금만 변형해도 침해가 안 되는 특허가 나와 버린 경우였습니다. 등록은 됐는데 쓸모가 없는 특허. 이게 더 비극입니다. 있어봐야 방어도 공격도 안 되니까요.

우선권 주장, 놓치면 진짜 아깝습니다
잠깐 딴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는데, 이게 사실 글로벌특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파리조약에 따른 우선권 주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국에서 특허를 출원한 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해외 출원을 하면, 한국 출원일을 해외 출원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그 12개월 사이에 누군가 비슷한 기술을 먼저 공개하거나 출원해도, 나는 한국 출원일 기준으로 선출원 지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12개월을 모르고 그냥 흘려보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 특허 등록 받고 나서 1년 반 뒤에 "이제 미국도 해볼까요?"라고 오시는 분들. 이미 우선권 주장 기간이 지나버린 거죠. 그 사이에 공개된 본인의 한국 특허가 오히려 선행기술이 되어 해외 출원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글로벌특허는 처음 국내 출원할 때부터 해외 전략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나중 일이 아닙니다.

글로벌특허, 언제 시작해야 하나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아직 제품도 완성 안 됐는데 특허부터 해야 하나요?
네, 해야 합니다. 특허는 제품이 완성되기 전에 출원하는 겁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기술 개념이 잡힌 순간부터 출원을 고민해야 합니다. 시제품이 없어도 됩니다. 설계도가 없어도 됩니다. 머릿속의 개념을 구체화해서 명세서로 만들면 됩니다.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국내 출원과 동시에 PCT 전략을 같이 논의하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나중에 따로 하려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를 19년 동안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인생 길다고 하지만, 특허의 기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글로벌특허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해외 출원 경험이 풍부한 변리사를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이 부분만큼은 타협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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