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대표 변리사 윤웅채입니다.
상표권이랑 특허권, 그게 그거 아닌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습니다. 19년째 이 일을 하면서, 두 개념을 혼동해서 낭패를 본 분들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오늘 이 글을 씁니다.

상표권과 특허권, 뭐가 다른가요?
결론부터 드리겠습니다.
특허권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즉 기술적 아이디어를 보호합니다.
상표권은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즉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보호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방식으로 음식 배달을 연결하는 앱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 앱의 작동 방식, 알고리즘, 서비스 구조를 보호하는 게 특허권입니다. 반면, 그 앱의 이름 '배달의민족'이나 로고를 누군가 똑같이 쓰지 못하게 막는 게 상표권이고요.
같은 사업을 하면서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전혀 다른 겁니다. 둘 다 지식재산권이라는 큰 틀 안에 있지만, 성격도, 출원 방식도, 심사 기준도 완전히 다릅니다.

특허만 받으면 된다는 착각
최근에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IT 분야에서 꽤 독창적인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셨고, 특허까지 받아두신 상태였어요. 그런데 정작 브랜드 이름은 등록을 안 해두셨더군요.
그 사이 비슷한 이름을 쓰는 경쟁업체가 생겼고, 알고 보니 그쪽에서 먼저 상표 출원을 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기술은 내 것인데, 이름은 내 것이 아닌 아이러니한 상황. 특허를 받아도 상표가 없으면 브랜드를 지킬 수 없다는 걸 그때서야 실감하신 거죠.
눈물을 흘리며, 그때서야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특허권과 상표권은 서로를 대체하는 게 아닙니다. 둘 다 필요한 상황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만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걸 판단하는 게 변리사가 할 일이고요.

상표권만 있으면 된다는 또 다른 착각
반대 케이스도 있습니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분들 중에는 상표만 등록해두면 모든 지식재산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그럴 만도 하죠. 상표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절차도 특허보다 간단하니까요.
그런데 독창적인 기술이나 서비스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특허를 안 받아두면 어떻게 될까요? 경쟁자가 그 방식을 그대로 베껴서 다른 이름으로 팔아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상표권은 '이름 도용'을 막아주는 거지, '기술 도용'을 막아주는 게 아니거든요.
이 두 가지를 혼동해서 단추를 잘못 끼운 채 사업을 키워가다가,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럼 나는 뭘 먼저 해야 하나요?
이게 사실 핵심 질문입니다.
제가 상담할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있습니다.
지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뭔가요? 이름인가요, 기술인가요?
둘 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럴 때는 우선순위를 정해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나 초기 사업자라면 상표등록을 먼저 권해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표는 선출원주의라서, 내가 먼저 쓰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먼저 출원하면 그쪽이 권리자가 됩니다. 시간이 곧 권리입니다.
반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술을 공개하기 전에 특허를 먼저 챙겨야 합니다. 공개 후 1년이 지나면 신규성을 잃어서 특허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무작정 연락부터 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의 업무 철학을 한번 살펴 보시고, 공감이 되는 경우에만 문의를 부탁 드립니다.

둘 다 필요한데 예산이 부족하다면
이건 진짜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저에게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예산 제약이 있는 소상공인이나 초기 창업자입니다. 특허도 받고 싶고, 상표도 받고 싶은데 당장 비용이 부담된다고 하시죠.
이럴 때 제가 드리는 조언은 이렇습니다. 지금 당장 사업에서 침해 리스크가 더 큰 쪽을 먼저 하십시오. 경쟁자가 내 이름을 가져갈 가능성이 더 높다면 상표부터, 내 기술을 베껴갈 가능성이 더 높다면 특허부터.
그리고 하나 더. 특허는 출원일을 기준으로 권리가 소급되기 때문에, 완벽한 명세서가 아니더라도 일단 출원일을 잡아두는 게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케이스마다 달라서 일반론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해 드리는 게 맞습니다.
인생 길다, 짧게 생각하지 말자고 저는 항상 스스로에게도 말합니다. 지금 당장 비용이 부담된다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르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러시안 룰렛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셀프로 하면 안 되나요?
글쎄요. 안 된다고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상표와 특허는 셀프 진행 시 리스크의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상표 셀프 출원의 경우, 유사 상표 검색을 제대로 못 해서 거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6개월에서 1년 뒤에야 알게 됩니다. 그 사이에 이미 그 이름으로 마케팅을 다 해놓은 상태에서요.
특허 셀프 출원은 더 심각합니다. 청구항 작성이 잘못되면 등록은 받더라도 권리 범위가 너무 좁아서 실질적인 보호를 못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등록증을 받았는데 사실상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 이게 더 위험합니다. 등록이 됐다는 안도감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방심을 하게 되거든요.
정리 드리면,
- 특허권은 기술 아이디어를, 상표권은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보호한다
- 둘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이므로, 사업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예산이 제한적이라면 지금 당장 침해 리스크가 더 큰 쪽을 먼저 챙기되, 시간을 너무 끌지 마라
정도를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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