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특허청구항, 이 부분 잘못 쓰면 특허 못 받습니다

윤변리사 2026. 5. 14. 10:22

특허청구항 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셨을 정도이면, 이미 어느 정도 공부를 하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특허를 받고 싶다"는 단계를 넘어서, 실제로 어떻게 권리를 만드는지까지 파고드신 거잖아요. 그 호기심, 정말 중요합니다.


오늘은 특허청구항에 대해 제가 19년간 실무에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볼 생각입니다.




청구항이 뭔지 모르면, 특허를 받아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특허명세서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렇게 반응하십니다.


이게 다 뭔가요? 발명의 설명이 있고, 도면이 있고... 청구항은 또 뭐예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청구항이 곧 특허권의 범위입니다. 발명의 설명이 아무리 길고 화려해도, 청구항에 적히지 않은 내용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특허를 등록받았는데 정작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아도 침해를 주장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2년 전에 특허를 등록받으셨는데, 경쟁사가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는 거예요. 분노하셔서 저를 찾아오셨는데, 등록된 청구항을 살펴보니 권리 범위가 너무 좁게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침해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 분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독립항과 종속항, 이 차이를 모르면 절반은 모르는 겁니다


청구항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독립항은 다른 청구항을 인용하지 않고 스스로 완결된 청구항입니다. 특허권의 핵심 뼈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종속항은 독립항을 인용하면서 추가적인 구성요소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왜 이 구조가 중요하냐고요?


독립항이 심사 과정에서 거절되거나 무효가 되더라도, 종속항이 살아있으면 일부 권리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거죠. 반대로 독립항의 범위를 너무 좁게 잡으면, 아무리 종속항이 많아도 경쟁사가 독립항만 살짝 비껴가도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청구항 설계는 처음부터 전체 그림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나중에 수정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특허법상 출원 후에는 청구항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의 보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니까요.




청구항 하나가 사업의 운명을 바꾼다는 게 과장일까요?


과장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저에게 오시는 분들의 특징을 요약해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처음부터 청구항 설계를 제대로 하고 오신 분들, 그리고 어딘가에서 이미 출원을 진행했다가 문제가 생겨서 오시는 분들.


두 번째 유형의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 좀 더 신중하게 할걸요.

스타트업 대표님 한 분은 투자유치 직전에 경쟁사로부터 특허 무효심판을 당하셨습니다. 청구항이 선행기술과 너무 유사하게 작성되어 있었던 게 문제였죠. 투자 일정은 미뤄졌고, 그 과정에서 수개월을 허비하셨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그때서야 저를 찾아오셨지만,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은 뒤였습니다.


무작정 연락부터 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의 업무 철학을 한번 살펴 보시고, 공감이 되는 경우에만 문의를 부탁 드립니다.







청구항 작성, 셀프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궁금증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변리사 비용이 아깝다. 특허청 홈페이지에 양식도 있던데, 직접 해보면 안 될까?

할 수는 있습니다. 특허법상 본인이 직접 출원하는 것을 막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청구항은 법적 문서인 동시에 기술 문서입니다. 일상 언어로 쓰면 범위가 너무 좁아지고, 그렇다고 너무 넓게 쓰면 선행기술에 걸려 거절됩니다. 이 균형을 잡는 게 변리사가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특허청 심사관들은 매일 수십 건의 청구항을 봅니다. 경험 없이 작성한 청구항은 심사관이 보기에 거절이유를 찾기가 오히려 쉽습니다. 셀프 출원 후 거절통지를 받고서야 변리사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그때는 이미 출원일이 확보된 상태라, 청구항을 근본적으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처음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 뒤를 아무리 잘 해봐야 소용이 없는 거죠.




청구항을 잘 쓴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좋은 청구항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독립항의 구성요소를 최소화해서 권리 범위를 최대한 넓게 확보할 것
  • 동시에 선행기술과의 차별성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
  •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 확보가 용이한 구성으로 작성할 것

세 번째 항목을 많이들 놓치십니다. 아무리 넓은 청구항을 받아도, 경쟁사가 침해했을 때 그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성이면 소용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내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만 의존하는 청구항은, 외부에서 침해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청구항을 설계하는 것이 제가 19년 동안 해온 일입니다. 하루 20건 이상의 상담을 직접 진행하고, 한 달에 100건 가까운 출원을 관리하면서 쌓인 감각이 있습니다. 특히 BM특허처럼 무형의 서비스 방식을 청구항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은, 경험 없이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좋은 청구항은 처음 상담에서 결정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변리사와의 첫 상담이 그 특허의 품질을 거의 결정합니다.


발명자가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변리사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청구항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기술의 핵심이 뭔가요?"라고 묻는 변리사와, "이 기술이 없으면 경쟁사 대비 어떤 부분에서 불리해지나요?"라고 묻는 변리사는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 길다, 짧게 생각하지 말자. 당장 저렴한 곳에서 빠르게 출원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청구항 하나가 몇 년 뒤 사업을 지키는 방패가 됩니다. 그 방패를 제대로 만들어 두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저와 상담을 진행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이 칭찬인 동시에, 제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채찍질이기도 합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된 청구항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기원 드리는 수 밖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