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특허포트폴리오구축, 19년 경력 변리사가 직접 쓰는 글

윤변리사 2026. 5. 13. 15:18

안녕하세요, 윤 변리사입니다.


요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대표님들을 만나다 보면, 특허 하나 받아 놓고 "이제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생각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특허 하나로는 아무것도 못 막습니다


특허 한 건이 있다는 것과, 특허로 사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19년 동안 수천 건의 특허 사건을 다루면서 제가 가장 많이 목격한 장면이 있습니다. 열심히 특허 하나 받아 놓고, 경쟁사가 그 특허를 살짝 비껴간 기술로 치고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그 순간 대표님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저 특허 받았잖아요.

맞습니다. 받으셨죠. 그런데 특허는 청구항이라는 울타리로 보호 범위가 정해집니다.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법적으로는 침해가 아닙니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그 울타리를 피해 가면 그만인 거죠. 특허 하나는, 뚫린 구멍이 수십 개인 그물과 같습니다.




포트폴리오란 결국 '그물코를 촘촘히 짜는 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이란, 하나의 기술을 여러 각도에서 특허로 둘러싸는 작업입니다. 핵심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를 중심으로, 그 기술의 응용 방식, 제조 공정, 사용자 인터페이스, 서비스 제공 방식까지 층층이 쌓아 올리는 거죠.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삼성전자 무선통신사업부의 특허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특허를 어떻게 다루는지 가까이서 봤는데, 그분들은 절대 특허 한 건으로 승부를 보지 않습니다. 하나의 기술에 수십, 수백 건의 특허를 쌓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경쟁사가 어느 방향으로 우회해도 막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대기업처럼 수백 건을 쌓을 수는 없습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으로 배치된 5~10건이, 무작위로 쌓은 50건보다 훨씬 강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푸드테크 분야의 스타트업 대표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이미 특허를 2건 보유하고 계셨는데, 대기업이 유사한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경고장을 보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보유 특허를 검토해 보니, 두 건 모두 청구 범위가 너무 좁았습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맞는데,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다른 방식들에 대한 보호가 전혀 없었던 거죠. 경쟁사는 그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고요.


결국 저와 함께 6개월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했습니다. 기존 특허의 분할 출원, 핵심 알고리즘에 대한 BM특허, 그리고 사용자 경험 흐름에 대한 추가 출원까지. 이렇게 7건의 특허 망을 촘촘히 짜고 나서야 비로소 경쟁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 대표님이 나중에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특허 하나 받고 끝난 줄 알았어요.



무작정 연락부터 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의 업무 철학을 한번 살펴 보시고, 공감이 되는 경우에만 문의를 부탁 드립니다.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때 봐야 할 것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가 상담에서 늘 확인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 현재 핵심 기술이 무엇인가: 출원된 특허가 정말 핵심을 담고 있는가, 아니면 주변 기술에 불과한가
  • 경쟁사가 우회할 수 있는 경로가 몇 가지나 되는가: 이걸 미리 파악하고 그 경로를 막는 특허를 배치해야 합니다
  • 기술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고 있는가: 지금 기술뿐 아니라, 1~2년 후 발전할 방향에 대한 특허도 미리 심어 두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보지 않고 특허를 쌓으면, 돈만 쓰고 구멍 난 그물만 늘어나는 겁니다. 수백만 원짜리 특허가 쓸모없는 종이 한 장이 되는 건 순식간입니다.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글쎄요, 포트폴리오 구축을 언제 시작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정답은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


특허는 출원일 기준으로 권리가 생깁니다. 경쟁사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먼저 출원하면, 아무리 내가 먼저 개발했어도 법적으로는 뒤처지는 겁니다. 선출원주의라고 하는데, 이 원칙 때문에 "조금 더 완성되면 내야지"라는 생각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사업 초기에 자금이 빠듯한 건 압니다. 그래도 핵심 특허 2~3건만큼은 반드시 먼저 심어 두고 사업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투자를 받을 때도, M&A를 논할 때도, 특허 포트폴리오의 두께가 기업 가치를 결정합니다.


인생 길다, 짧게 생각하지 말자는 말을 저는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만큼은, 짧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늘 하루 늦은 게 1년을 날릴 수 있으니까요.




셀프로 포트폴리오를 짜려다가 생기는 일


이 부분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허 하나를 셀프로 출원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포트폴리오를 셀프로 설계하려는 시도는 더 위험합니다. 단순히 특허 한 건이 거절되는 게 아니라, 전체 보호 전략이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채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구항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분할 출원이나 연속 출원이 가능한지 여부가 달라집니다. 이 부분은 경험 없이는 판단이 불가능합니다. 저도 19년을 이 일을 하면서, 매 케이스마다 전략을 다르게 짭니다. 공식이 없는 겁니다.


뭐 그런 거죠. 의사가 자기 몸 수술 못 하듯이, 자기 기술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자기가 설계하기 가장 어렵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안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기술도 진화하고, 그에 따라 포트폴리오도 계속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저는 월 100건 이상의 출원을 관리하면서, 고객사의 기술 로드맵과 특허 전략을 함께 고민합니다. 단발성 출원 대리가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함께 가는 거죠.


특허는 쌓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사업을 지키고, 키우는 도구여야 합니다. 그 도구를 제대로 다루는 것, 그게 제가 19년 동안 해온 일입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변리사를 통해서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우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당장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알려 드리는 링크를 통해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