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대표 변리사 윤웅채입니다.
19년 동안 변리사 일을 하면서, 매일 마주치는 존재가 있습니다.
특허청 심사관입니다.
직접 얼굴을 보는 건 아니지만, 그분들이 쓴 의견제출통지서를 하루에도 몇 건씩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 심사관은 이 부분을 이렇게 보겠구나" 하는 감이 생기더군요. 월 100건 이상의 출원을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쌓인 감각입니다.
오늘은 그 감각의 정체, 즉 특허청 심사관이 실제로 어떤 눈으로 출원서를 들여다보는지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심사관은 '통과'를 찾는 게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게 있습니다.
심사관이 출원서를 보면서 "이 발명, 등록시켜 줄 수 있겠는데?" 하고 긍정적인 눈으로 탐색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데 실제는 반대입니다.
심사관의 기본 자세는 "이 발명, 왜 안 되는지"를 먼저 찾는 것입니다.
거절이유를 하나씩 대입해보고, 해당하는 게 없을 때 비로소 등록을 허락하는 구조입니다. 소거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치 용의자를 한 명씩 배제해 나가는 형사처럼, 거절사유 목록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걸리는 게 있으면 통지서를 보냅니다.
이걸 모르고 출원서를 작성하면, 청구항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써도 심사관의 체크리스트에 걸려 나오는 거예요. 단추를 처음부터 잘못 끼운 셈이 되는 거죠.

심사관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것들
그렇다면 심사관이 거절이유로 삼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발명 자체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입니다. 자연법칙 그 자체, 단순 발견,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것, 영구기관 같은 것들은 아예 출발선에서 탈락합니다. 소프트웨어 그 자체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하나는 이미 세상에 알려진 기술과 얼마나 다른가입니다. 신규성과 진보성 문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실무에서 거절이유의 80% 이상은 이 두 번째 축에서 나옵니다. 선행기술 조사를 통해 유사한 발명이 이미 등록되어 있거나 공개되어 있다는 걸 들이밀면서 "당신 발명은 새롭지 않다"거나 "이미 있는 것들을 조합한 수준"이라고 하는 거죠.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소상공인의 재고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셨는데, 셀프로 특허 출원을 하셨다가 신규성 결여 거절통지를 받으신 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청구항을 너무 넓게 써서 이미 공개된 선행기술이 정면으로 겹쳐버린 케이스였어요. 처음부터 범위를 다르게 설계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거절통지가 왔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를 드려야겠습니다.
의견제출통지서를 받으셨다고 해서 게임이 끝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 단계부터가 진짜 싸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심사관이 통지서를 보낸 시점에는 이미 마음속으로 "이건 어렵겠다"는 판단이 서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바꿀 수 있습니다. 논리로, 보정으로.
제가 지금까지 진행한 건들 중에서도, 거절결정까지 나왔다가 최종적으로 등록을 받아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심사관의 거절이유를 꼼꼼히 분석해서 "이 부분은 이렇게 다릅니다"라는 논리를 세우고, 청구항을 정교하게 보정하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거든요.
물론 무조건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가망이 없는 발명을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저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고객에게도 시간과 비용의 낭비일 뿐이니까요.
아래의 공지글에는 제가 운영하는 법인 및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 정도는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선택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변리사 실력이 갈리는 두 번의 순간
19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변리사의 실력 차이가 결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 딱 두 번 있습니다.
첫 번째는 출원 전 설계 단계입니다. 선행기술을 얼마나 꼼꼼히 조사했는지, 청구항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심사관이 어떤 거절이유를 들고 나올지를 미리 예측해서 회피 설계를 했는지. 이 단계에서 이미 결과의 절반 이상이 결정납니다.
두 번째는 의견제출통지서를 받은 이후입니다. 심사관이 어떤 논리로 거절했는지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 허점을 파고드는 의견서와 보정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 이 단계에서 나머지 절반이 갈립니다.
글쎄요, 저에게 처음 오시는 분들 중에 이미 다른 사무소에서 거절을 받고 오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 보정서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포기하셨다는 분들도 있고요. 그 상황에서 다시 들여다보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셀프 출원, 러시안 룰렛입니다
요즘 특허청 사이트가 잘 되어 있다 보니, 직접 출원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BM 특허나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처럼 심사가 까다로운 분야에서 셀프 출원은 솔직히 러시안 룰렛 같은 도박에 가깝습니다.
청구항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등록이 되기도 하고, 공들여 만든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공개만 되고 아무 보호도 못 받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출원 공개는 되었는데 등록은 안 된 상태. 이 상황이 얼마나 황당한지, 경험하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비용 절감이 목적이었는데, 오히려 재출원 비용에 시간까지 날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심사관과 싸우는 게 아니라, 설득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허 등록 과정을 심사관과의 싸움으로 보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심사관은 적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규정에 따라 판단할 뿐이고, 우리가 할 일은 그 규정 안에서 우리 발명의 가치를 납득시키는 논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설득. 이 한 단어가 특허 등록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그 설득을 잘 하려면, 심사관이 어떤 기준으로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하루 20건 이상의 상담, 월 100건 이상의 출원 관리를 하면서 제가 쌓아온 것이 바로 그 감각입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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