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특허회피, 변리사가 말하는 법적 위험성과 현실적 대응법

윤변리사 2026. 5. 29. 14:35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요즘 특허회피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 제품 개발 담당자분들, 심지어 이미 소송을 당하고 나서야 연락을 주시는 분들까지. 상황은 다들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남의 특허를 건드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허회피는 단순히 "남의 특허를 피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제대로 하면 여러분의 제품을 지키는 방어막이 되고, 잘못하면 오히려 더 큰 분쟁의 불씨가 됩니다.




특허회피가 뭔지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특허회피(Patent Design Around)란, 타인의 등록 특허 권리범위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유사한 기술적 효과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남의 특허를 건드리지 않고 내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허권은 청구항(Claim)이라는 문장으로 그 권리범위가 정해집니다. 이 청구항 안에 기재된 구성요소를 전부 포함하는 제품이나 방법을 실시하면, 특허침해가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청구항의 구성요소 중 단 하나라도 빠지면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것이 특허회피의 기본 원리입니다.


단순해 보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절대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허회피 설계,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특허회피를 제대로 하려면 세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 특허 청구항 분석: 회피 대상 특허의 청구항을 정확히 분석해서 권리범위를 파악합니다.
  • 기술적 대안 도출: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변형하거나 대체하는 기술적 방법을 찾습니다.
  • 침해 여부 재검토: 변형된 기술이 균등론 등에 의해 여전히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여기서 세 번째 단계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렵습니다.


균등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문자 그대로 피했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동일한 방식으로 구현하면 침해로 볼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즉, 표면적으로 특허를 피한 것 같아도 법원에서 침해로 판단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이 부분을 모르고 "청구항에 있는 구성요소 하나 빼면 되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소송에서 지는 경우를 저는 19년 동안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이는 위험한 패턴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스마트 물류 관련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대표였는데요. 경쟁사의 특허를 직접 읽어보고, "청구항에 A, B, C 구성요소가 있는데 우리는 C를 쓰지 않으니 괜찮다"고 판단을 내리셨더군요. 그 상태로 제품을 출시했고, 6개월 뒤에 경쟁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으셨습니다.


문제는 뭐였을까요.


그 대표님이 뺀 C 구성요소를, 경쟁사 특허의 다른 청구항(종속항)이 커버하고 있었습니다. 특허는 독립항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독립항 아래에 수십 개의 종속항이 달려 있고, 각각 권리범위가 다릅니다. 독립항을 피했더라도 종속항에 걸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 분은 결국 제품 일부를 재설계해야 했고, 시간적·비용적 손실이 상당했습니다. 출시 전에 한 번만 제대로 검토를 받으셨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아래의 공지글에는 제가 운영하는 법인 및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 정도는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선택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허회피 설계 시 놓치는 함정들


잠깐 딴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는데, 이게 사실 본론입니다.


특허회피를 할 때 많은 분들이 "현재 등록된 특허"만 봅니다. 그런데 특허 출원 후 등록까지 보통 1~2년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 공개는 됐지만 아직 등록이 안 된 특허들이 수두룩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경쟁사가 출원해 놓은 특허가 심사 중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등록되지 않은 공개특허를 무시하고 제품을 설계했다가, 나중에 그 특허가 등록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것도 제가 실제로 상담에서 마주하는 케이스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특허회피 설계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등록 특허뿐만 아니라 공개 출원 중인 특허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허청 키프리스(KIPRIS) 검색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청구항 해석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내 특허만 볼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면 해외 특허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특허회피와 특허 무효화, 어느 쪽이 나을까


이런 궁금증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회피가 어려우면 그냥 상대방 특허를 무효로 만들면 되지 않나요?

맞습니다. 특허 무효심판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선행기술을 찾아서 특허청에 무효심판을 청구하면, 등록된 특허라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팀이 진행한 무효심판 사건 중에 상당수가 성공적으로 무효 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효심판은 시간이 걸립니다. 짧게는 6개월, 길면 1~2년. 그 사이에 침해 소송이 진행될 수 있고, 제품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회피 설계를 통해 침해 위험을 줄이면서, 동시에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한 쪽만 고집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접근입니다.




특허회피를 넘어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


19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특허회피를 잘 하는 기업보다, 자기 특허를 잘 쌓아놓은 기업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상대방 특허를 회피하는 것은 방어입니다. 그런데 내가 특허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갖고 있으면, 상대방도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합니다.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도 가능해지고, 분쟁이 시작되더라도 협상 테이블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특허회피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동시에 내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도 함께 검토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방어만 하다 보면 결국 지칩니다. 인생도 그렇지 않습니까.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정리 드리면,


특허회피는 청구항 분석을 정확히 하고, 균등론까지 고려한 전문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등록 특허뿐 아니라 공개 출원 중인 특허도 확인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무효심판과 병행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리고 회피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사 특허 포트폴리오를 함께 구축해 나가는 방향으로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특허회피 설계는 반드시 경험 있는 변리사를 통해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혼자 청구항 읽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판단은, 러시안 룰렛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