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요즘 특허 명세서, 특히 청구범위 작성 관련해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직접 명세서를 써보려고 하시거나, 이미 출원했는데 거절을 받고 나서야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청구범위, 특허의 '영토'를 결정합니다
청구범위(Claims)라는 게 뭔지 아시나요?
한마디로, 내 발명이 어디까지 보호받는지를 정해주는 경계선입니다. 부동산으로 치면 등기부등본에 적힌 면적이죠. 집을 지었는데 내 땅이 얼마인지 모른다면? 그건 집이 아니라 그냥 구조물입니다.
특허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명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청구범위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보호받는 권리가 쪼그라듭니다. 경쟁사가 살짝 비틀어서 따라해도 침해라고 주장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19년 동안 수천 건의 특허 명세서를 검토하고 작성해 오면서 제가 느낀 건 하나입니다. 청구범위를 어떻게 쓰느냐가 특허의 가치를 90%는 결정한다는 것.

독립항과 종속항, 이 구조를 모르면 시작도 말아야 합니다
청구범위는 크게 독립항과 종속항으로 나뉩니다.
독립항은 발명의 핵심 구성을 담은 가장 넓은 권리 주장입니다. 종속항은 그 독립항을 더 구체화하거나 한정하는 하위 청구항이고요. 독립항이 넓을수록 권리 범위가 넓어지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넓게만 쓰면 선행기술에 걸려 거절됩니다.
그거 아시나요? 독립항 하나가 거절되면 그 아래 종속항도 줄줄이 무너집니다. 반대로 독립항이 살아남으면 종속항들이 방어선 역할을 해줍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출원하면, 심사관의 거절이유 한 방에 전체 청구범위가 흔들리게 됩니다.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이었는데, 직접 청구범위를 써서 출원을 하셨더군요. 독립항 하나에 발명의 모든 구성 요소를 다 집어넣으신 거였습니다. 얼핏 보면 꼼꼼해 보이지만, 이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구성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권리 범위는 좁아지거든요. 경쟁사가 그 구성 요소 중 하나만 빼도 침해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결국 심사는 통과했지만, 막상 등록된 특허를 들고 와서 "이걸로 경쟁사를 막을 수 있냐"고 물으셨을 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쓸모없는 특허가 된 거죠. 그때 참 안타까웠습니다.

청구항 작성의 핵심, '필수 구성 요소'만 남겨라
독립항에는 발명이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성 요소만 담아야 합니다.
이게 말은 쉬운데 실제로 하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어디까지가 필수이고, 어디서부터가 부가적인 요소인지를 판단하는 게 결국 변리사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부분이거든요. 발명자 본인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이 판단이 어렵습니다.
발명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 발명의 특징이 아닌 배경기술까지 청구항에 포함시키는 것
- 실시예 하나를 그대로 청구항으로 옮겨 쓰는 것
전자는 권리 범위를 불필요하게 좁히고, 후자는 특정 구현 방식 하나만 보호하는 꼴이 됩니다. 경쟁사가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면 그냥 피해갈 수 있게 되는 거죠.
무작정 연락부터 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의 업무 철학을 한번 살펴 보시고, 공감이 되는 경우에만 문의를 부탁 드립니다.

기능식 청구항, 잘 쓰면 무기 못 쓰면 독
기능식 청구항(Means-plus-funct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구성 요소를 구조가 아닌 기능으로 표현하는 방식인데요. "A를 수행하는 수단"처럼 씁니다. 이 방식은 잘 활용하면 권리 범위를 넓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구조가 달라도 같은 기능을 수행하면 침해로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국 특허법 실무에서는 이 기능식 청구항이 너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허청 심사관에 따라서도 해석이 달라지고요. 무턱대고 기능식으로만 쓰다가 거절이유 받고 당황하시는 분들 꽤 많이 봤습니다.
결국 구조적 표현과 기능적 표현을 적절히 섞는 것이 답입니다. 이 균형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요.

셀프 명세서 작성, 진짜 위험한 이유
요즘 특허청 홈페이지나 온라인 정보들이 많아지면서 직접 명세서를 쓰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발명의 설명 부분(Description)은 어느 정도 본인이 작성하셔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명자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내용이니까요.
그런데 청구범위는 다릅니다. 청구범위는 법적 문서입니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권리 범위를 바꿉니다. "및"과 "또는"의 차이, "포함하는"과 "이루어지는"의 차이가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엄청난 결과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저에게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셀프로 출원하셨다가 거절이유를 받고 오시는 분들입니다. 그때 명세서를 보면 청구범위가 너무 좁거나, 발명의 핵심이 빠져 있거나, 선행기술과 구별되는 특징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행히 보정으로 살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출원 당시 청구범위 자체가 잘못 설계됐으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단추를 잘못 끼운 거죠. 처음부터 다시 끼워야 하는데, 그 사이 시간도 돈도 이미 날아간 후입니다.

변리사를 선택할 때 꼭 확인하세요
명세서 작성을 맡길 변리사를 고르실 때, 한 가지만 물어보십시오.
제 발명 분야의 청구범위를 직접 작성하시나요, 아니면 담당 직원이 초안을 쓰나요?
규모가 큰 특허사무소일수록 변리사가 검토만 하고 실제 초안은 명세사나 사무직원이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청구범위만큼은 경험 있는 변리사가 직접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하루 평균 20건 상담을 직접 진행하고, 월 100건 내외의 출원을 직접 관리합니다. BM특허의 경우 등록율이 90%를 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청구범위 설계를 처음부터 제가 직접 하기 때문입니다. 19년을 이 일 하면서 쌓인 감각이 청구항 한 줄 한 줄에 녹아 있습니다.
정리 드리면,
청구범위는 특허의 권리 범위 그 자체이고, 독립항에는 최소한의 필수 구성 요소만 담아야 하며, 단어 하나의 선택이 나중에 분쟁에서 승패를 가릅니다. 셀프 작성은 등록 자체보다 '쓸모 있는 특허를 받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청구범위 작성 경험이 충분한 변리사를 통해 진행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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