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면 되지 않나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렇게 가볍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맞습니다. 됩니다.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19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특허심판원 심판청구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패턴이 있습니다. 처음엔 "이거 내가 직접 해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하시다가, 어느 순간 청천벽력 같은 결과를 받아 들고 저를 찾아오시는 거죠.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특허심판원 심판청구, 도대체 언제 하는 건가요?
특허심판원 심판청구가 필요한 상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특허청 심사관으로부터 최종 거절결정을 받은 경우입니다. 출원한 특허가 거절이유 통지를 받고, 의견서와 보정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관이 거절결정을 내린 경우입니다. 이때 거절결정에 불복하여 특허심판원에 거절결정불복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이미 등록된 특허나 상표를 무효로 만들고 싶은 경우입니다. 경쟁사가 먼저 등록해 놓은 특허나 상표가 있는데, 그 등록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무효심판을 청구하게 됩니다. 반대로 상표 등록을 취소시키는 취소심판도 있고요.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하루에 평균 20건 정도의 상담을 직접 진행합니다. 그중 심판 관련 상담이 생각보다 꽤 됩니다. 그리고 그분들 중 상당수가 이미 혼자 뭔가를 진행하다가 오시는 경우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심판청구는 단순히 서류를 제출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 안에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거절결정불복심판, 이것만큼은 알고 가세요
특허청에서 거절결정을 받으면, 결정등본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심판청구를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그냥 끝납니다. 재출원이라는 방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출원일의 소급 효과는 없어집니다. 선행기술이 중간에 공개됐다면 치명적일 수 있고요.
30일. 짧습니다.
그런데 이 30일 안에 단순히 청구서만 제출하는 게 아닙니다. 심판청구와 함께 보정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이 보정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심판의 승패를 가릅니다. 심사관이 왜 거절을 했는지, 그 거절이유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청구항을 어떻게 수정해야 등록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를 판단하는 것. 이게 변리사의 역할입니다.
실제로 제가 상담한 분 중에 이런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거절결정을 받고 스스로 심판청구서를 작성해서 제출하셨는데, 보정 없이 그냥 "거절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만 적으셨더군요. 결과는 기각이었고, 그제서야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줄어 있었습니다.

무효심판, 칼날은 양방향입니다
무효심판은 조금 다른 성격입니다. 이미 등록된 권리를 공격하는 수단이죠.
경쟁사의 특허가 내 사업을 옥죄고 있다면, 그 특허가 처음부터 등록되어선 안 됐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선행기술이 있었는지, 진보성이 부족했는지, 명세서에 결함이 있었는지 등을 증거와 논리로 구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무효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 오히려 상대방의 특허가 더 강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심판원에서 한 번 검토를 받고 살아남은 특허가 되는 거니까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무효심판은 승산을 충분히 따져본 후에 청구해야 합니다.
섣불리 청구했다가 기각되면, 이후 침해소송에서 상대방이 그 결과를 들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무게가 상당합니다.
단순한 대리를 찾는 분이 아닌, 장기적인 윈윈 관계를 원하는 분들을 전 좋아합니다.

심판 절차, 생각보다 깁니다
특허심판원의 심판 절차는 통상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빠른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있는 당사자계 심판의 경우에는 더 길어지기도 합니다.
심판청구서 제출 → 심판장의 방식심리 → 답변서 제출 기회 부여 → 심리 → 심결. 이 과정에서 구술심리가 진행되기도 하고, 추가 의견서 제출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 긴 과정에서 처음 제출하는 심판청구서의 완성도가 전체 흐름을 좌우한다는 겁니다. 처음에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주장을 추가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심판관도 사람인지라, 처음 인상이 중요합니다.

심판원 결과 이후, 그 다음은?
심판원의 심결에도 불복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요?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 대법원까지 가는 구조입니다.
한 번의 심판청구가 수년에 걸친 법적 분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상담에서 이 말을 드립니다. "지금 이 심판을 어디까지 끌고 갈 의지와 여력이 있으신가요?"
인생 길다, 짧게 생각하지 말자는 게 제 철학이긴 합니다. 그런데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길게 간다는 건, 시간도 돈도 에너지도 모두 소모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심판청구 단계에서 최대한 강하게 준비하는 것이 맞습니다.
포기도 실패도 없습니다. 다만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셀프 심판청구,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허심판원에 본인이 직접 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막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상표 셀프 등록도 위험하지만, 심판청구를 셀프로 진행하는 건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청구이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증거자료를 어떻게 선별하고 제출하느냐, 상대방의 답변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이 모든 게 법률적 판단과 실무 경험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그때서야 변리사를 찾아오는 분들을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이미 기각 결정을 받은 뒤에 오시는 경우,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심판청구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경험 있는 변리사를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심판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꼭 확인하세요. 특허 출원 경험과 심판 경험은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당장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알려 드리는 링크를 통해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준비 없이 심판 결과의 쓴맛을 보지 않도록 기원 드리는 수 밖에요.
감사합니다.
'특허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특허무효심판비용, 변리사 선임 전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0) | 2026.07.06 |
|---|---|
| 상호특허등록, 상호등록과 상표등록은 전혀 다릅니다 (0) | 2026.07.05 |
| 특허유효기간, 20년 끝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0) | 2026.07.04 |
| 특허침해경고장, 변리사 없이 직접 쓰면 역으로 고소 먹습니다 (0) | 2026.07.04 |
| 베트남특허출원, 한국과 다른 심사기준 3가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0) | 2026.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