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국제특허분류IPC검색, 이것 모르면 특허출원 시간만 낭비합니다

윤변리사 2026. 7. 15. 11:53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국제특허분류(IPC) 라는 단어를 검색하셨을 정도이면, 이미 특허 검색이나 선행기술 조사를 직접 해보려고 공부를 시작하신 분일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IPC 코드 검색은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꽤 당혹스러운 경험입니다. 저도 19년 전 처음 이걸 배울 때, "이게 대체 무슨 암호 체계야" 싶었으니까요.


오늘은 그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려고 합니다.




IPC가 뭔지,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전 세계 특허를 기술 분야별로 분류해 놓은 국제 공통 코드 체계입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관리하고, 한국 특허청을 포함해 전 세계 특허청이 동일하게 사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특허 도서관의 '서가 번호' 같은 거죠. 책에 ISBN이 있듯이, 특허에는 IPC 코드가 붙어 있습니다.


코드 생김새는 이렇습니다.


A61K 31/00


A → 섹션 (생활필수품)

61 → 클래스 (의학/수의학)

K → 서브클래스 (의약품 제제)

31/00 → 그룹 (유기화합물 함유 제제)


이런 식으로 섹션-클래스-서브클래스-그룹의 4단계 계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이 코드 하나로 전 세계 특허 데이터베이스를 꿰뚫을 수 있게 됩니다.




왜 IPC 검색을 알아야 하나요?


사실 이게 핵심 질문입니다.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반드시 선행기술 조사를 해야 합니다. 내 아이디어와 유사한 특허가 이미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죠. 이때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분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반려동물 건강 모니터링 장치'를 발명했다고 합시다. 이걸 키워드로만 검색하면, 표현이 조금만 달라도 관련 선행기술을 놓치게 됩니다. "반려견", "펫", "애완동물"… 같은 개념인데 표현이 제각각이거든요.


그런데 IPC 코드로 검색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표현이 달라도 같은 기술 카테고리에 묶인 특허들을 한 번에 끌어올 수 있습니다. 키워드 검색의 허점을 IPC가 메워주는 겁니다.


최근 상담한 스타트업 대표님 중에, 직접 선행기술 조사를 하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키워드 검색으로 유사 특허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자신 있게 오셨는데, IPC 코드 기반으로 다시 조사해보니 거의 동일한 기술 구성의 선행특허가 3건이나 나왔습니다. 그 분이 그 자리에서 얼마나 당황하셨는지… 제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키워드만 믿고 출원했다가는, 심사관이 먼저 그걸 찾아냅니다. 그리고 거절이유 통지서가 날아오죠.




IPC 검색, 어디서 어떻게 하나요?


한국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키프리스(KIPRIS) 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특허 검색에는 이게 가장 기본입니다.


검색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키워드로 IPC 코드 찾기: 키프리스 IPC 분류 검색 메뉴에서 기술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IPC 코드 목록이 나옵니다. 여기서 내 기술과 가장 가까운 코드를 선택하면 됩니다.
  • IPC 코드로 특허 검색하기: 코드를 확정한 뒤, 해당 코드를 특허 검색창에 입력하면 관련 기술 분야의 특허들이 쭉 나옵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했는데, 국제 특허 검색이 필요한 경우에는 WIPO의 PatentScope 나 유럽 특허청의 Espacenet 도 활용하십시오. 이 두 곳도 IPC 기반 검색을 지원하고, 무료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중요한 건 IPC 코드 하나만 쓰지 말라는 겁니다. 내 기술이 두 개 이상의 기술 분야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의료기기라면, 의료 관련 IPC와 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IPC를 함께 검색해야 선행기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셀프 IPC 검색,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IPC 검색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색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허 명세서는 일반인이 읽기 쉽게 쓰여 있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넓게, 때로는 모호하게 작성된 청구항들을 읽고 "이게 내 기술과 유사한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건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안 됐으니까요.


제가 하루에 약 20건의 상담을 직접 진행하다 보면, 직접 선행기술 조사를 하고 오신 분들 중에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유사 특허가 없다고 확신하고 오셨는데 실제로는 있는 경우, 반대로 유사 특허가 있어서 포기했는데 실제로는 충분히 차별화가 가능한 경우. 두 경우 모두 셀프 조사의 한계에서 비롯된 겁니다.


전자는 그나마 출원 전에 확인하니 다행이지만, 후자는 더 안타깝습니다. 포기 안 해도 되는 아이디어를 스스로 묻어버린 거니까요.


단순한 대리를 찾는 분이 아닌, 장기적인 윈윈 관계를 원하는 분들을 전 좋아합니다.







IPC 코드, 출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건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부분입니다.


특허를 출원할 때 IPC 코드는 심사관 배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같은 기술이라도 어떤 IPC 코드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해당 기술 분야의 심사관에게 배정됩니다. 그리고 심사관마다 심사 성향이 다릅니다.


경험 많은 변리사들은 이걸 알고, 출원 명세서를 작성할 때 IPC 코드 배정까지 염두에 두고 기술을 서술하는 방식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저도 월 100건 정도의 출원을 관리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축적해온 노하우가 있습니다.


셀프로 출원하시는 분들이 이 부분까지 신경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변리사와 함께 진행했을 때의 차이입니다. 단순히 서류 대리가 아니라, 등록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 자체가 달라지는 거죠.




결국, IPC 검색은 시작일 뿐입니다


IPC 검색을 공부하고 직접 선행기술을 조사해보려는 노력, 정말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변리사와 상담할 때 훨씬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다만, 그 조사 결과를 100% 믿고 출원 여부를 결정하는 건 위험합니다. 러시안 룰렛 같은 도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선행기술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없다"는 게 진짜 없는 건지, 못 찾은 건지를 구분하는 게 핵심이니까요.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변리사를 통해서 선행기술 조사와 출원 전략을 함께 검토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