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청구항, 이것 하나 잘못 쓰면 특허 등록 못 받습니다

윤변리사 2026. 7. 28. 10:25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대표 변리사 윤웅채입니다.


청구항 관련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요즘 부쩍 늘었습니다.


특허 출원을 준비하면서 "청구항이 뭔가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청구항을 어떻게 써야 강한 특허가 나오나요?"라고 꽤 깊은 수준의 질문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양쪽 모두를 위해 써보려 합니다.




청구항, 한 마디로 정의하면


특허 명세서 안에는 여러 파트가 있습니다. 발명의 배경, 기술적 과제, 상세한 설명, 도면 등등. 그런데 그 모든 내용 중에서 딱 하나, 법적으로 독점권의 범위를 결정하는 파트가 있습니다.


바로 청구항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이것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합니다"라고 특허청에 선언하는 문장들의 집합입니다. 청구항 바깥에 아무리 좋은 기술 설명이 있어도, 청구항에 적히지 않은 내용은 특허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이 부분을 모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한 번은 이런 분이 오셨습니다. 이미 다른 사무소에서 특허를 받으셨는데, 경쟁업체가 살짝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기능을 구현해서 팔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분명히 제 특허 명세서에 이런 방식도 나와 있는데 왜 침해가 안 되냐"고 억울해하셨는데요.


확인해 보니 그 내용이 상세한 설명에만 있고, 청구항에는 빠져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청구항에 없으면 없는 겁니다.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독립항과 종속항, 왜 구분하는가


청구항은 크게 독립항과 종속항으로 나뉩니다.


독립항은 다른 청구항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성립하는 청구항입니다. 권리 범위가 가장 넓게 설정되는 곳이고, 특허의 핵심 뼈대라 할 수 있습니다. 종속항은 독립항의 내용을 구체화하거나 한정하는 청구항입니다.


왜 이렇게 나누냐고요?


방어 전략 때문입니다. 독립항이 심사 과정에서 거절을 맞더라도, 종속항이 살아남으면 좁은 범위라도 권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독립항이 넓게 살아남으면 경쟁자가 조금 변형한 제품을 만들어도 침해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19년 동안 수천 건의 특허를 다뤄오면서 느낀 건데, 청구항 구조를 얼마나 촘촘하게 짜느냐가 그 특허의 실질적인 가치를 결정합니다. 명세서 본문이 아무리 화려해도 청구항 설계가 엉성하면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청구항을 넓게 쓰면 무조건 좋은가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청구항은 넓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함정이 있습니다. 청구항이 넓으면 선행기술과 충돌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특허청 심사관은 넓은 청구항을 보면 더 꼼꼼하게 선행기술을 뒤집니다. 결과적으로 거절이유가 날아오는 경우가 많아지죠.


반대로 너무 좁게 쓰면 등록은 쉽게 받겠지만, 경쟁자가 조금만 우회해도 침해를 피해갑니다. 그러면 특허가 있어도 사실상 방어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청구항 설계는 '넓게 vs 좁게'의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선행기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디까지 넓힐 수 있고 어디서 한발 물러서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협상 전략입니다. 경험 없이 감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아래의 공지글에는 제가 운영하는 법인 및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 정도는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선택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셀프 출원에서 청구항이 무너지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셀프 출원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청구항입니다.


특허청 특허로 시스템을 통해 셀프 출원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발명의 내용 자체는 훌륭한데, 청구항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너무 구체적으로 적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A 버튼을 눌렀을 때 B 화면이 나타나고, 그 화면에서 C 기능을 선택하면 D 결과가 출력되는 방법." 이렇게 쓰면 경쟁자는 A 버튼 대신 A' 버튼을 쓰거나, 화면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침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등록은 됩니다. 그런데 아무도 못 막는 특허가 되는 거죠.


최근 상담한 스타트업 대표 한 분이 딱 이런 케이스였습니다. 2년 전에 셀프로 출원해서 등록까지 받으셨는데, 유사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데도 특허로 대응이 안 된다는 걸 뒤늦게 아신 겁니다. 청구항을 다시 들여다보니 권리 범위가 너무 협소해서 침해 주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참 안타까웠습니다.




청구항 보정, 출원 후에도 기회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출원한 분들이 무조건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특허 출원 후 심사 과정에서 거절이유통지를 받으면, 의견서와 함께 청구항을 보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때 청구항을 적절하게 수정하면 거절을 극복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보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처음 출원한 명세서에 없는 내용을 새로 추가하는 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최초 명세서의 범위 안에서만 수정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처음 명세서를 작성할 때 상세한 설명 부분에 다양한 실시예를 충분히 담아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보정할 여지를 미리 만들어두는 전략입니다.


이 부분이 BM특허처럼 무형의 아이디어를 다루는 분야에서 특히 더 중요합니다. 기계 구조물 특허는 도면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되는데,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방식 특허는 텍스트로 얼마나 촘촘하게 실시예를 써놨느냐가 이후 보정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청구항 하나가 사업의 판도를 바꿉니다


과장처럼 들리실 수 있는데, 실제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특허 분쟁으로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이 오가는 사건들을 보면, 결국 청구항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다툼이 벌어집니다. "이 단어의 의미가 이 제품을 포함하느냐, 않느냐"를 가지고 몇 년씩 법정 싸움을 하는 거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구항에 "포함하는"이라고 썼느냐, "으로 이루어진"이라고 썼느냐에 따라 권리 범위가 달라집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수천만 원, 경우에 따라서는 수억 원의 가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니 청구항을 단순히 "특허 서류의 일부"로 가볍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청구항이 곧 특허입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청구항 설계만큼은 경험 있는 변리사를 통해서 진행하시는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등록 후에 "이 특허 쓸 데가 없네"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처음 청구항을 짤 때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