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제약특허, 생초보가 놓치는 함정 (임상시험 데이터 주의)

윤변리사 2026. 4. 6. 11:39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대표 변리사 윤웅채입니다.


오늘은 제약특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솔직히, 제약특허는 제가 상담하면서도 긴장을 놓지 않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19년간 수천 건의 특허를 다뤄왔지만, 이 분야만큼은 한 번의 실수가 수십억, 수백억 단위의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를 직접 목격했거든요. 그냥 가볍게 넘길 주제가 아닙니다.




제약특허, 왜 이렇게 복잡한가


일반 기계특허나 소프트웨어 특허와 비교해서 제약특허가 유독 까다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약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물질'이 아니거든요. 물질 그 자체, 그 물질을 만드는 제조방법, 특정 질환에 사용하는 용도, 제형, 투여 용량, 심지어 결정형(폴리모프)까지. 하나의 신약을 둘러싸고 보호받을 수 있는 특허의 층위가 이렇게 다양합니다.


그 말인즉슨, 제대로 설계하면 하나의 약으로 수십 개의 특허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설계를 잘못하면, 아무리 좋은 신약을 개발해도 경쟁사가 살짝 비틀어서 특허를 피해 가는 일이 생기죠.


이게 바로 제약업계에서 말하는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물질특허 하나로 충분하다는 착각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중소 제약사 연구소장님이 계셨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신규 화합물이 있었는데, 물질특허 하나만 등록해 놓고 안심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특허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생겼습니다. 경쟁사가 동일 화합물의 새로운 결정형을 개발해서 특허를 냈고, 시장을 그쪽으로 잠식하기 시작한 겁니다. 물질특허는 분명 있었는데, 그 물질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결정형에 대한 보호는 전혀 없었던 거죠.


참 안타깝더군요. 수년간의 연구 성과가 특허 전략 하나 때문에 흔들리는 걸 보면서.


제약특허에서 물질특허는 시작점입니다. 끝이 아닙니다.




에버그리닝 전략, 양날의 검


아래의 공지글에는 제가 운영하는 법인 및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 정도는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선택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약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존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 개량된 제형이나 새로운 용도로 특허를 연장하는 전략이죠.


오리지널 의약품을 가진 대형 제약사들이 주로 쓰는 방법인데, 이게 합법적인 특허 전략인 동시에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진입을 막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늘 논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시행되면서, 제네릭사와 오리지널사 간의 특허 분쟁이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특허를 무효화하거나 회피 설계를 해야 하고, 오리지널 입장에서는 특허망을 촘촘하게 유지해야 하죠.


어느 쪽이든 전문가 없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진짜로.




제네릭사가 자주 빠지는 함정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저에게 오시는 경우, 대부분 비슷한 패턴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물질특허는 만료됐으니 괜찮다고 판단하고 제품 개발을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용도특허나 제형특허가 살아 있는 경우입니다. 물질은 쓸 수 있어도 특정 적응증이나 특정 제형으로는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런 케이스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특허 조사(FTO, Freedom to Operate)입니다. 제품 개발에 착수하기 전에 관련 특허를 전수 조사해서 침해 위험을 먼저 파악하는 것. 이게 순서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떻냐고요? 개발이 거의 끝난 시점에 특허 검토를 맡기러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그때는 이미 수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상태죠. 특허 침해가 확인되면 그 돈은 고스란히 날아가는 겁니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거죠.




한국 제약특허의 특수성


한국 특허법에는 제약 분야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제도들이 있습니다.


존속기간 연장제도가 대표적입니다. 의약품은 특허 등록 후에도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아야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데, 이 허가 과정에서 소요된 기간만큼 특허 존속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특허 기간의 상당 부분을 허가 기간으로 날려버리는 셈입니다.


연장 신청 기한이 있고, 요건도 까다롭습니다. 놓치면 그냥 끝입니다. 되돌릴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허가-특허 연계제도. 제네릭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오리지널사에 통보가 가고, 오리지널사가 특허 침해를 주장하면 제네릭의 판매가 일정 기간 금지됩니다. 이 제도 때문에 제네릭사 입장에서는 특허 분쟁 대응 전략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사실상 필수가 됐습니다.




제약특허,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제약 분야에서 특허를 다루다 보면,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특허 전략이 빈약하면 결국 시장에서 밀린다는 걸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반대로, 기술은 평범해도 특허 포트폴리오를 잘 쌓아 놓은 기업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도 봤고요.


정리 드리면,


  • 물질특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형, 용도, 결정형까지 층위별로 보호 전략을 세워야 한다.
  • 제네릭 개발 전에 FTO 조사는 선택이 아니라 개발 착수의 전제 조건이다.
  • 존속기간 연장 신청 기한을 절대 놓치지 말 것.

이 세 가지 정도는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당장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알려 드리는 링크를 통해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제약특허는 반드시 해당 분야 경험이 충분한 변리사를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이 분야는 경험의 깊이가 결과를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