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특허우선권은 잘 쓰면 강력한 무기지만, 모르고 지나치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기회입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우선권, 도대체 뭔 말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이 단어 자체가 낯선 분들이 많습니다. 특허를 처음 알아보시는 분들은 '출원'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든요. 그런데 우선권이라는 개념까지 나오면 눈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간단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특허는 먼저 출원한 사람이 권리를 갖습니다. 이걸 '선출원주의'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가 이 원칙을 따릅니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특허를 출원했는데, 미국에도, 유럽에도 출원하고 싶다면? 동시에 모든 나라에 출원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시간차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 시간차 사이에 누군가 같은 아이디어를 먼저 출원해 버리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파리조약에 기반한 우선권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먼저 출원한 날짜를 기준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그 날을 출원일로 인정해 주겠다"는 국제적인 약속입니다. 현재 180개국 이상이 이 조약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우선권 기간, 12개월은 정말 짧습니다
파리조약 우선권의 핵심은 최초 출원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해외 출원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기간을 '우선권 주장 기간'이라고 합니다.
12개월. 길어 보이죠?
아닙니다. 진짜 짧습니다.
해외 특허 출원을 준비하려면, 번역 작업만 해도 수 주가 걸립니다. 어느 나라에 출원할지 전략을 짜야 하고, 각국의 대리인을 선정해야 하고, 비용 견적을 받아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6개월이 훌쩍 지나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나서 "아, 이제 슬슬 해외 출원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늦은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19년 동안 상담을 해오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케이스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국내에서 특허를 등록받고 나서 1년이 넘어서야 "미국에도 출원하고 싶은데요"라고 오시는 분들. 그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우선권 주장 기간이 지나버리면, 그 사이에 공개된 본인의 특허 내용 자체가 선행기술이 되어버리거든요. 본인이 본인의 특허를 막아버리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거죠.

국내우선권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했는데, 해외 이야기만 하면 안 되겠죠.
국내우선권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이건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쓰는 우선권입니다. 처음 특허를 출원한 뒤, 발명을 조금 더 개량하거나 보완한 내용을 추가해서 다시 출원하고 싶을 때 씁니다.
국내우선권의 핵심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 최초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국내우선권을 주장하며 새로 출원해야 합니다.
- 새로운 출원에는 기존 출원 내용을 포함하면서, 개량된 내용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초기에 완성도가 조금 부족했던 출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개인 발명가분들이 특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제도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명세서를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까요.
단순한 대리를 찾는 분이 아닌, 장기적인 윈윈 관계를 원하는 분들을 전 좋아합니다.

PCT 출원, 우선권과 어떻게 다른가요
이런 궁금증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해외 특허 출원하려면 PCT 출원을 하라던데, 파리조약 우선권이랑 뭐가 다른 거죠?"
좋은 질문입니다.
PCT(특허협력조약) 출원은 여러 나라에 동시에 출원하는 효과를 내는 국제출원 시스템입니다. 하나의 출원서로 PCT 가입국 전체에 출원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 PCT 출원을 할 때도, 최초 국내 출원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해야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파리조약 우선권은 특정 국가를 지정해서 직접 출원하는 방식이고, PCT는 일단 국제 단계에서 광범위하게 출원 효과를 확보한 뒤, 각국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어느 나라에 진출할지 아직 확정이 안 된 경우에는 PCT가 유리하고, 이미 목표 국가가 명확하다면 파리조약 루트가 비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선택 하나가 수천만 원의 비용 차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이 옵니다
몇 달 전에 상담을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음식 배달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신 분이었는데, 국내 특허 출원을 마치고 나서 약 14개월쯤 지나 저에게 오셨습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미국 특허도 받고 싶다고 하셨죠.
그분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우선권 주장 기간인 12개월이 이미 지나있었거든요. 물론 미국 출원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사이에 공개된 본인의 한국 특허 내용이 선행기술로 작용해서, 미국에서 동일한 범위의 특허를 받기가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은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다가 한마디 하셨어요. "그걸 왜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고.
저도 그 말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우선권, 언제 챙겨야 하나요
국내 특허 출원을 하는 순간부터입니다.
출원 당일, 저는 고객분들에게 꼭 여쭤봅니다. "혹시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 하나가 이후 전략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다면, 12개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걸 처음부터 인지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우선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출원 후 발명을 개량하고 싶다면, 1년 이내에 움직여야 합니다. 1년 하고 하루가 지나면, 그 기회는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생 길다, 짧게 생각하지 말자. 늘 제가 되새기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선권만큼은 반대입니다. 짧게, 빠르게,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변리사 없이 혼자 챙기려다 생기는 일
우선권 주장을 포함한 해외 출원 절차는 솔직히 복잡합니다. 각국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고, 번역 품질에 따라 권리 범위가 달라지고, 대리인 선정 하나 잘못해도 수천만 원이 날아갑니다.
그리고 국내우선권 역시, 추가된 내용이 최초 출원의 명세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오히려 권리가 약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별도 칼럼으로 자세히 설명 드릴 예정입니다.
러시안 룰렛 같은 셀프 진행. 국내 상표나 특허도 그렇지만, 우선권이 걸린 해외 출원에서는 그 리스크가 몇 배로 커집니다. 한 번의 실수가 수년간의 사업 계획 전체를 흔들 수 있습니다.
정리 드리면,
- 파리조약 우선권은 최초 출원일로부터 12개월 이내 해외 출원 시 적용
- 국내우선권은 최초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 개량 발명 추가 출원 시 활용
- PCT 출원도 동일하게 12개월 이내에 우선권 주장 가능
- 이 기간이 지나면, 어떤 변리사도 되돌릴 수 없음
정도를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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