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오늘은 상표 출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놓치는 부분, 지정상품 등록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상표를 등록하러 오시는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 상표 이름 자체에만 신경을 쓰십니다. "이 이름으로 등록이 되냐 안 되냐"에만 집중하시는 거죠. 그런데 사실, 등록 성패의 절반은 어떤 상품을 지정하느냐에서 갈립니다.
이걸 모르고 진행하다가 낭패를 보신 분들을 저는 정말 많이 봤습니다.

상품등록, 그게 뭔데요?
상표 출원을 하면, 그 상표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되는지를 반드시 특정해야 합니다. 이걸 지정상품 혹은 지정서비스업이라고 부릅니다.
특허청은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니스 분류 체계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45개 류(類)로 나눕니다. 1류부터 34류까지는 상품, 35류부터 45류까지는 서비스업입니다. 상표 출원을 할 때는 이 45개 류 중에서 본인 사업과 관련된 류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상품 항목을 지정하는 겁니다.
단순하게 들리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지정상품을 잘못 고르면 생기는 일
최근에 상담하신 분 중에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분인데, 상표 출원을 직접 하셨다고요. 인터넷 검색해서 "건강식품은 5류"라는 정보를 보고 5류로만 출원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실제로 판매하시는 제품 중에 음료류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음료는 32류에 해당합니다. 5류에는 빠져 있는 거죠.
등록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경쟁사가 32류에 유사한 상표를 출원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분 입장에서는 분명히 먼저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인데, 음료 카테고리에 대한 권리가 없으니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음료 제품 라인을 접거나, 브랜드를 바꾸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분이 처음에 변리사를 통해 제대로 지정상품 설계를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너무 좁게 잡아도, 너무 넓게 잡아도 문제
지정상품 설계에서 흔히 하는 실수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너무 좁게 잡는 것. 위 사례처럼 현재 판매 중인 상품만 딱 지정하고 끝내는 경우입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업이 확장되거나 제품 라인이 늘어나면 그때마다 새로 출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누군가 먼저 선점해 버리면, 정말 곤란해집니다.
다른 하나는 무작정 넓게 잡는 것. 이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상품을 과도하게 지정하면 출원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나중에 불사용 취소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3년 이상 등록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 취소 심판을 청구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정상품 설계는 현재 사업 범위 + 향후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서 설계해야 합니다. 이게 변리사와 상담이 필요한 진짜 이유입니다.
아래의 공지글에는 제가 운영하는 법인 및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 정도는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선택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셀프 출원이 위험한 진짜 이유
셀프 상표 출원을 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특허청 온라인 시스템이 편리해진 것도 있고,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도 있겠죠.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정상품 설계는 셀프로 하기에 가장 위험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상품 분류 체계는 단순히 카테고리를 고르는 게 아닙니다. 같은 류 안에서도 어떤 항목을 어떻게 기재하느냐에 따라 권리 범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의류"라고 기재하는 것과 "티셔츠, 청바지, 운동복"이라고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은 권리 해석에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잘못하면, 등록은 됐는데 정작 내가 팔고 있는 상품에 대한 권리가 없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등록증이 손에 있어도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겁니다.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거죠.
19년간 수천 건의 상표를 다뤄온 제 경험으로 보면, 셀프 출원 후 문제가 생겨서 찾아오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십니다. 당연합니다. 몰랐으니까 셀프로 하신 거니까요.

유사 상품군, 이것도 꼭 확인하세요
지정상품 설계에서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유사 상품군 개념입니다.
상표법에서는 동일한 류가 아니더라도, 거래 관행상 유사하다고 보는 상품들을 묶어서 유사 상품군으로 분류합니다. 예를 들어 44류의 미용서비스업과 3류의 화장품은 서로 다른 류이지만, 유사 상품군으로 묶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내가 44류에 상표를 등록해도 3류에 유사 상표가 먼저 등록되어 있으면 거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내가 3류에 먼저 등록해두면 44류에서 경쟁사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유사 상품군 관계를 미리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출원하는 것, 이게 경험 많은 변리사를 쓰는 이유입니다.

상품등록, 결국 사업 방어의 문제입니다
상표 출원을 단순히 "이름 등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상담할 때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상표 출원은 사업 방어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지정상품 설계가 곧 여러분의 사업 영역을 특허청에 선언하는 행위입니다. 어디까지 내 영역이고, 어디서부터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하루 평균 20건의 상담을 직접 진행하고, 월 100건 이상의 출원을 관리하면서 느끼는 건 하나입니다. 처음에 제대로 설계한 분들은 나중에 분쟁이 생겨도 여유가 있습니다. 처음에 대충 진행한 분들은 나중에 두 배, 세 배의 비용과 시간을 씁니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거죠.
지금 당장 사업이 잘 된다고 느껴지실 때, 그때가 상표와 지정상품을 제대로 정비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사업이 커진 뒤에 분쟁이 터지면, 그때는 잃을 것도 훨씬 많아지니까요.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브랜드가 허술한 상품 지정 때문에 흔들리는 일이 없기를 기원 드리는 수 밖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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