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특허영어, 제목 3개입니다.

윤변리사 2026. 6. 24. 17:51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요즘 해외 특허 출원을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특허영어"에 대해 문의를 주시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허영어, 일반 영어랑 다른가요?


다릅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이게 처음 들으시면 좀 의아하실 수 있어요. 영어는 영어 아닌가, 싶으시죠. 저도 19년 동안 수천 건의 특허 명세서를 다루면서, 이 부분에서 헷갈려 하시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특허영어는 법률 문서의 언어입니다. 일상 영어나 학술 영어와는 결이 전혀 다릅니다. 특허 청구항(claim) 하나를 영어로 잘못 번역하면, 그 권리 범위가 통째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특허의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실제로 있거든요.


예를 들어볼게요. "포함하는"을 영어로 쓸 때, "comprising"과 "consisting of"는 완전히 다른 법적 의미를 가집니다. "comprising"은 열린 개념으로, 청구항에 기재된 요소 외에 추가 요소가 있어도 침해가 성립됩니다. 반면 "consisting of"는 닫힌 개념으로, 기재된 요소만 포함해야 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번역하면, 애써 등록받은 특허가 경쟁사를 전혀 막지 못하는 종이 쪼가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국내에서 특허를 먼저 등록하고, 이후 미국 특허 출원을 준비하시던 스타트업 대표님이었는데요. 번역 비용을 아끼겠다며 영어를 잘하는 직원에게 명세서 번역을 맡겼다고 하셨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거절 통지를 받았고, 내용을 살펴보니 핵심 청구항의 표현이 특허법적으로 불명확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분은 결국 처음부터 다시 명세서를 작성해야 했고, 시간과 비용을 두 배로 쓰셨습니다. 안타까운 건, 처음에 제대로 된 특허영어 전문가에게 맡겼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는 점이죠.


이런 사례가 드문 게 아닙니다. 하루에 20건 가까운 상담을 직접 진행하다 보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




특허영어에서 자주 나오는 함정들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허영어의 어려움은 단순히 '전문 용어를 모른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특허 청구항은 하나의 문장이 수십 줄에 걸쳐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긴 문장 안에서 각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일반 영어 작문 감각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wherein", "whereby", "said" 같은 표현들은 특허 문서에서만 쓰이는 표현들입니다. 이걸 모르면 청구항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파악이 안 됩니다. 반대로 이 표현들을 잘못 쓰면 권리 범위에 구멍이 생깁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이런 이유로 특허영어는 영어 실력이 좋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특허법에 대한 이해와 영어 작성 능력이 동시에 갖춰져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 특허 업무를 다루는 특허 전문가들은 별도로 특허영어 훈련을 받습니다.


아래의 공지글에는 제가 운영하는 법인 및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 정도는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선택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PCT 출원과 특허영어의 관계


PCT(국제특허출원)를 통해 해외 특허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PCT 출원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제출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영어 명세서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PCT 명세서를 영어로 작성하거나 번역할 때, 특허영어의 정확성은 단순히 '잘 읽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각국 특허청에서 심사관이 해석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표현 하나하나가 권리 범위를 결정짓습니다.


한 가지 더. PCT 출원 후 각 국가로 진입할 때, 영어 명세서를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또 한 번 생깁니다. 처음 영어 명세서가 부정확하면, 그 오류가 각국 번역본에 그대로 전파됩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죠. 처음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드릴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은 이렇습니다.


국내 특허 명세서를 작성할 때부터, 향후 해외 출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십시오. 국내 명세서가 잘 정리되어 있어야 영어 명세서 작성도 수월합니다. 반대로 국내 명세서가 허술하면, 영어로 번역해도 그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특허영어 번역은 반드시 특허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십시오. 번역 전문 업체라도 특허 분야 경험이 없으면 위험합니다. 특허 청구항 번역은 법적 문서 작성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합니다.


  • 일반 번역가에게 맡기는 것: 의사 처방전을 일반인이 해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 특허 전문 번역가 또는 변리사와 함께 진행하는 것: 처방전을 의사가 직접 확인하는 것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19년 동안 "처음에 아끼다가 나중에 몇 배를 쓴" 사례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참, 이 부분은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마무리하며


특허영어는 단순한 번역이 아닙니다.


권리를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영어로 쓰인 청구항 하나가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분의 기술을 지켜주는 방패가 될 수도 있고, 구멍 뚫린 그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처음 시작할 때 결정됩니다.


해외 특허를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특허영어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높이시고, 반드시 검증된 전문가와 함께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특허영어에 실무 경험이 충분한 변리사를 통해 진행하시는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