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대표 변리사 윤웅채입니다.
오늘은 좀 무거운 주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특허를 취하한다는 것. 쉽게 말하면 내가 낸 특허 출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겁니다. 듣기만 해도 뭔가 아깝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드시죠? 그런데 19년 실무를 하면서 보면, 취하가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인 경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취하를 잘못 이해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특허취하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취하와 포기, 같은 말 아닙니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해야겠습니다. 이걸 혼용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특허출원 취하는 아직 등록이 되기 전, 심사가 진행 중인 출원을 스스로 없던 일로 만드는 겁니다. 반면 특허권 포기는 이미 등록이 완료된 특허권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행위입니다. 절차도 다르고, 시점도 다르고, 법적 효과도 다릅니다.
특허취하절차를 알아보시는 분들 대부분은 아직 출원 단계에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심사 중인 출원, 혹은 출원 직후에 사정이 바뀌어서 취하를 고민하시는 거죠. 이 글에서는 주로 출원 단계의 취하를 중심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취하는 왜 하게 되는 걸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취하를 염두에 두고 출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양한 이유로 취하를 선택하게 만들죠.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제조업 스타트업 대표님이셨는데, 특허 출원을 한 뒤 약 6개월 만에 사업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출원 당시 핵심이었던 기술이 더 이상 사업에 쓰이지 않게 된 거죠. 그 상태에서 심사를 계속 진행하고 등록까지 받는 게 맞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취하가 맞을 수 있습니다."
취하를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 사업 방향 변경으로 해당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사라진 경우
- 선행기술 조사 결과, 등록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된 경우
- 출원 내용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어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하는 경우
- 자금 사정으로 심사청구 비용, 등록료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신다면, 취하를 선택지로 진지하게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특허취하절차,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절차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낭패를 봅니다.
특허출원 취하는 특허청에 취하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특허청 전자출원 시스템(특허로)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하거나,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출원인 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고, 대리인인 변리사를 통해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취하 가능한 시점에 제한이 있다는 겁니다.
특허출원은 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공개됩니다. 그런데 취하서가 이 공개 전에 처리되어야 공개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공개 이후에도 취하는 가능하지만, 이미 공개된 내용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즉, 공개 전 취하를 원하신다면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반드시 의식하고 계셔야 합니다.
또 하나. 심사청구를 이미 한 경우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심사청구 후 특허청 심사관이 거절이유통지를 발송한 시점부터는, 취하서를 제출해도 심사관이 심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거절이유통지 이후 의견서 제출 기간 중에 취하를 하면 취하가 유효하게 처리됩니다. 그러나 특허법 제59조에 따라, 심사관이 특허결정 또는 거절결정을 한 이후에는 취하가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취하하려면 결정이 나기 전에 해야 합니다.

공동출원인이 있다면, 혼자 취하하면 안 됩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 공동출원 상황에서의 취하는 별도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허법 제139조에 따라, 공동출원의 경우 취하는 출원인 전원이 공동으로 해야 합니다. 혼자서 취하서를 제출하면 효력이 없습니다. 이 부분을 몰라서 혼자 취하서를 냈다가 취하가 처리되지 않고 심사가 계속 진행된 사례를 저도 몇 번 접한 적 있습니다.
공동출원인 중 한 명이 연락이 안 된다거나, 관계가 틀어진 경우라면 취하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순히 취하서를 내는 게 아니라, 법적인 검토가 먼저 필요합니다.
단순한 대리를 찾는 분이 아닌, 장기적인 윈윈 관계를 원하는 분들을 전 좋아합니다.

취하하면 출원료는 돌려받을 수 있나요
이것도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 환불되지 않습니다.
출원료는 특허청에 서류를 제출하는 순간 이미 행정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납부된 것이기 때문에, 이후 취하를 하더라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심사청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심사청구를 아직 하지 않은 상태라면 심사청구료는 발생하지 않으니 그 비용은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면, 심사청구 전에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게 비용 면에서도 낫습니다. 심사청구는 출원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하면 되므로, 그 3년 안에 사업 방향을 정리하고 판단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취하 전에 꼭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
취하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게 있습니다.
취하된 출원은 공개된 선행기술로 남습니다. 취하 전에 공개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내가 포기한 그 기술 내용이 이후 다른 사람의 특허 심사에서 선행기술로 인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내가 취하했다고 해서 그 기술을 다시 특허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공개된 이후라면, 신규성을 상실한 기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많이 놓치는 포인트입니다.
취하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저에게 오시면, 저는 항상 이렇게 여쭤봅니다. "혹시 이 기술, 나중에 다시 출원할 가능성이 있으신가요?" 그 답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공개 전 취하를 서두르는 게 맞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취하 없이 분할출원이나 보정을 통해 살리는 게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하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기술 보호 전략의 일부입니다.

셀프 취하,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하세요
특허청 전자출원 시스템에서 본인이 직접 취하서를 제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걱정하는 건 절차가 아닙니다. 타이밍과 전략적 판단입니다. 공개 전인지 후인지, 심사청구를 했는지 안 했는지, 공동출원인이 있는지, 분할출원 가능성은 없는지 — 이런 것들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단순히 "취하서 제출"만 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셀프로 취하를 진행했다가 공개 이후에 취하서를 낸 분이 계셨습니다. 이미 기술이 공개된 상태였고, 나중에 다시 같은 기술로 출원하려 했더니 신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이 나온 거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으신다면, 한 번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시는 게 낫습니다.
정리 드리면,
특허취하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개 시점, 심사청구 여부, 공동출원 여부, 재출원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취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취하를 결정하기 전에 이 네 가지를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인생 길다, 짧게 생각하지 말자 — 지금 당장 포기하는 것처럼 보여도, 제대로 된 판단 하나가 나중에 훨씬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알려 드리는 링크를 통해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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