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요즘 특허청구범위 작성 관련해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청구범위 이야기를 꺼내면 눈이 풀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건 변리사가 알아서 해주는 거 아닌가요?" 하고요. 맞습니다. 변리사가 씁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여러분이 받는 특허의 가치가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이 글은 청구범위를 직접 쓰실 분들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내 특허가 제대로 된 청구범위를 가지고 있는지, 변리사에게 맡겼는데 제대로 맡긴 건지 판단하실 수 있도록 쓴 글입니다.

청구범위가 뭔지, 딱 한 번만 제대로 이해하세요
특허명세서는 크게 두 덩어리입니다. 발명의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 그리고 권리를 주장하는 부분. 청구범위는 후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겁니다. 내가 이 기술의 어느 범위까지 독점하겠다고 선을 긋는 것. 그 선 안에 들어오는 경쟁자는 침해자가 되고, 선 밖에 있으면 침해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선을 어디에 긋느냐가 전부입니다.
넓게 그으면 많은 걸 보호받지만 등록이 어렵고, 좁게 그으면 등록은 잘 되지만 보호받는 게 별로 없습니다. 이 균형을 잡는 게 변리사의 진짜 실력이죠.

청구범위를 좁게 써주는 변리사, 진짜 많습니다
19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청구범위를 일부러 좁게 쓰는 변리사가 많다는 겁니다. 일부러라기보다는, 등록을 쉽게 받으려는 유혹 때문입니다.
좁게 쓰면 특허청 심사관이 거절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등록이 빨리 됩니다. 고객은 "등록됐다"고 좋아합니다. 변리사는 수임료를 받습니다. 겉으로는 다 잘 된 것 같죠.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터집니다.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3년 전에 어느 사무소에서 특허를 받으셨는데, 경쟁사가 살짝 다른 방식으로 같은 기술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침해 아니냐고 저한테 가져오셨는데, 청구범위를 보니까 경쟁사 제품은 딱 선 바깥에 있었습니다. 침해가 아닌 겁니다. 그 특허, 등록증은 있는데 쓸 데가 없는 특허였던 거죠.
그때 가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눈물을 흘리며, 그때서야 처음부터 다시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독립항과 종속항, 이것만 알면 됩니다
청구범위를 들여다보면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1항, 2항, 3항... 이게 다 청구항입니다.
그 중에서 독립항이 핵심입니다. 독립항은 다른 청구항을 인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서 있는 항입니다. 이게 권리 범위의 기둥입니다. 독립항이 넓으면 넓은 특허, 좁으면 좁은 특허입니다.
종속항은 독립항에 살을 붙이는 겁니다. "1항에 있어서, 여기에 이런 특징도 추가하면"이라는 식으로요. 독립항이 무너지더라도 종속항으로 권리를 지키는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좋은 청구범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독립항은 최대한 넓게, 그러면서도 등록 가능한 수준으로
- 종속항은 독립항이 무너졌을 때를 대비해 다양하게, 촘촘하게
이 구조를 제대로 못 짜면, 특허 등록증을 받아도 빈 껍데기가 됩니다.

셀프로 청구범위 쓰는 건, 진짜 위험합니다
가끔 특허청 홈페이지나 온라인 자료를 보고 직접 청구범위를 써서 출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청구범위 작성은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닙니다. 심사관이 어떤 선행기술을 들고 나올지 예측하고, 거기에 맞게 권리 범위를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법적 용어의 해석 방식까지 고려해야 하고요.
셀프로 작성한 청구범위의 가장 흔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너무 넓게 써서 거절되거나, 너무 좁게 써서 등록은 됐지만 쓸모가 없거나. 어느 쪽이든 결과는 비슷합니다.
특히 BM특허나 소프트웨어 특허처럼 무형의 기술을 청구범위로 옮기는 작업은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일반 기계 특허보다 훨씬 더 정교한 언어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 분야에서 제가 90% 이상의 등록율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 청구범위 설계에 있습니다.
단순한 대리를 찾는 분이 아닌, 장기적인 윈윈 관계를 원하는 분들을 전 좋아합니다.

변리사와 상담할 때, 이 질문 하나는 꼭 하세요
변리사를 선임하기 전에, 혹은 선임하고 나서라도 이 질문을 꼭 해보십시오.
"독립항을 어떻게 설계할 계획인가요?"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하는 변리사라면, 다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선행기술 조사 해보고 판단해야죠"라는 말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당연한 말입니다. 그 다음이 중요한 거죠.
선행기술 조사 후에 어떤 방향으로 청구범위를 설계할 것인지,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없다면 어떤 차선책이 있는지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한테 오시는 분들의 특징을 요약해 보면, 대부분 이미 한 번 특허를 받아보셨거나, 다른 사무소에서 거절을 경험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처음에 청구범위를 어떻게 쓰는지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고.
글쎄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특허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청구범위까지 따져가며 변리사를 고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겁니다.

청구범위가 잘못된 특허, 고칠 수 있을까요
출원 전이라면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합니다. 출원 후에는 제한이 생깁니다.
특허법상 출원 후에는 청구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의 보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좁히는 건 되지만, 넓히는 건 안 됩니다. 이걸 신규사항 추가 금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출원 전에 제대로 설계해야 합니다. 출원하고 나서 "이 부분도 포함시켜야 했는데"라고 후회해봤자 이미 늦은 겁니다. 경쟁사가 그 빈틈을 파고들어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지점입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처음 출원할 때 청구범위를 잘못 설계해서 그 기술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 분들 중에 이런 경우가 많더군요. 비용을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보는 거죠.
인생 길다, 짧게 생각하지 말자. 특허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몇십만 원 아끼려다 나중에 수천만 원짜리 소송을 당하거나, 경쟁사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청구범위 설계에 경험이 있는 변리사를 통해서 진행하시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등록증 한 장이 목표가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권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합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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