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기술특허, 대부분은 등록 못 받습니다<feat. 진보성 판단 기준>

윤변리사 2026. 7. 23. 11:49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술특허는 출원 타이밍과 청구범위 설계가 전부입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기술특허, "일단 내면 되겠지"가 가장 위험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19년 동안 변리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봐온 장면이 있습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키우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다음에야 특허를 떠올리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의 표정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뭔가 불안한데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는 얼굴.


문제는 그 불안이 틀리지 않다는 겁니다.


기술특허는 선출원주의가 적용됩니다. 내가 먼저 개발했더라도, 특허청에 먼저 출원한 사람이 권리를 가져갑니다. 한국 특허법 제36조가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법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 대표였는데, 자체 개발한 공정 기술로 2년 넘게 사업을 운영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쟁사가 유사한 기술로 특허를 등록받았다는 소식을 들으셨죠. 황급히 저를 찾아오셨는데, 안타깝게도 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습니다. 선행기술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여지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출원을 해두셨다면 그 시간과 비용, 스트레스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기술특허, 등록받는 것과 '쓸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이 부분을 모르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특허는 등록을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등록을 받은 특허가 실제로 침해자를 막을 수 있어야 하고, 경쟁사의 유사 기술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핵심이 바로 청구범위(클레임) 설계입니다.


청구범위를 좁게 쓰면 등록은 쉽게 받습니다. 심사관이 거절할 이유가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막상 경쟁사가 살짝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면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특허는 있는데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반대로 청구범위를 너무 넓게 쓰면 거절이 납니다. 선행기술과 겹친다는 이유로요.


이 균형을 잡는 것이 기술특허 출원에서 변리사의 진짜 역할입니다. 단순히 기술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월 100건 이상의 출원을 관리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이 청구범위 설계입니다.




기술 분야마다 심사 기준이 다릅니다


기계, 화학,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바이오. 분야가 다르면 심사관이 보는 눈도 다릅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특허는 특허법 제2조의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식이 기계특허와 완전히 다릅니다. 하드웨어와의 결합 관계를 어떻게 기재하느냐, 기술적 효과를 어떻게 명세서에 녹이느냐에 따라 등록 여부가 갈립니다.


화학·바이오 분야는 또 다릅니다. 실험 데이터와 효과의 기재 방식이 심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명세서에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담느냐가 등록의 성패를 가르죠.


글쎄요, 이걸 분야 경험 없이 교과서적으로만 접근하면 어떻게 될까요. 형식은 갖췄는데 내용이 비어 있는 특허가 나옵니다. 등록은 받았지만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특허.


저는 19년 동안 다양한 기술 분야를 직접 다뤄왔습니다. 삼성전자 무선통신사업부 특허 업무를 담당했고, SONY ENTERTAINMENT, 무라타제작소 같은 일본 기업의 특허 업무도 진행했습니다. 분야가 다르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걸 몸으로 익혔습니다.


무작정 연락부터 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의 업무 철학을 한번 살펴 보시고, 공감이 되는 경우에만 문의를 부탁 드립니다.







셀프 출원, 왜 위험한가


특허청 홈페이지에 직접 출원하면 되지 않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질문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특허청 특허로(PatentRO) 시스템을 통해 개인도 직접 출원할 수 있습니다. 관납료도 감면받을 수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겁니다.


출원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발명의 설명, 청구범위, 도면, 요약서가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로 맞물려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심사 과정에서 보정이 제한되고, 최악의 경우 등록 후에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셀프 출원 후 거절이유 통지를 받고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 그때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입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했으면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인데, 이미 출원된 내용을 가지고 수습하는 건 훨씬 어렵습니다. 명세서를 처음부터 다시 쓰는 수준의 보정은 특허법상 허용되지 않으니까요.




기술특허 출원, 언제 해야 하나


지금 당장입니다.


개발이 완성되기를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핵심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시점, 즉 발명이 완성된 시점에 바로 출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허법 제42조에서 말하는 '발명의 완성'은 제품의 완성과 다릅니다.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출원 후에는 우선일이 확보됩니다. 이후 1년 이내에 내용을 보완하거나 분할출원을 통해 권리 범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초기 우선일을 기준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업 초기에 특허를 확보해두면 투자자 미팅에서도 달라집니다. 기술력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고, IP 담보대출이나 기술보증기금 보증에서도 활용됩니다. 저도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관련 특허기술가치평가를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어, 이 부분이 얼마나 실질적인 차이를 만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정리 드리면,


  • 기술특허는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선출원주의를 잊지 마십시오.
  • 등록 자체보다 청구범위 설계가 특허의 실질적 가치를 결정합니다.
  • 기술 분야마다 심사 기준이 다르니, 해당 분야 경험이 있는 변리사를 선택하십시오.
  • 셀프 출원은 비용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패했을 때의 손실이 훨씬 큽니다.

기술을 개발하셨다면, 그 순간이 출원 타이밍입니다. 더 미루지 마십시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