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특허번역, 19년 경력 변리사가 직접 쓰는 글

윤변리사 2026. 7. 30. 13:36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대표 변리사 윤웅채입니다.


오늘은 특허번역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허번역은 제가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오해를 목격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번역이야 그냥 영어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19년을 이 일 하면서, 그 오해 때문에 수십 건의 해외 특허가 날아가는 걸 직접 봤습니다.




특허번역, 그냥 번역이 아닙니다


외국어 번역과 특허번역은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일반 번역은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면 됩니다. 그런데 특허번역은 다릅니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권리 범위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 특허 청구항에서 "comprising"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으로 번역하느냐, "구성되는"으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특허의 권리 범위가 좁아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합니다. 이게 단순한 언어 선택이 아니라는 거죠.


저는 삼성전자 무선통신사업부 특허 업무를 담당했고, SONY ENTERTAINMENT와 무라타제작소 같은 일본 기업의 인커밍 특허 업무도 직접 처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번역 한 줄 잘못되면, 수억 원짜리 기술이 공중분해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특허번역이 필요한가요?


크게 두 가지 상황입니다.


하나는 해외 출원입니다. 국내에서 출원한 특허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으로 확장하려면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된 명세서가 필요합니다. PCT 국제출원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이때 번역의 품질이 곧 해외 특허의 권리 범위를 결정합니다.


다른 하나는 외국 특허의 국내 도입입니다. 해외 기업의 특허를 라이선스 받거나, 외국 특허가 우리 제품을 침해한다는 경고장을 받았을 때, 해당 특허 문서를 정확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번역의 정확성이 분쟁 대응 전략 전체를 좌우합니다.




일반 번역가에게 맡기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이 부분이 오늘 글의 핵심입니다.


몇 년 전 상담을 하러 오신 스타트업 대표님이 계셨습니다. 자체 개발한 IoT 기술로 미국 특허를 출원하려고 했는데, 비용을 아끼겠다고 영어 번역 전문 업체에 명세서 번역을 맡겼더군요. 번역 비용은 꽤 저렴하게 해결했다고 뿌듯해하셨습니다.


문제는 미국 특허청에서 심사가 시작되면서 터졌습니다.


청구항의 기술 용어가 미국 특허법상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일부 표현은 선행기술과의 차별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방향으로 번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거절이유를 극복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 출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시간도, 비용도 두 배로 날아갔죠.


번역비 몇십만 원 아끼려다 출원 비용 수백만 원을 날렸습니다.

그분이 하신 말씀입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무작정 연락부터 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의 업무 철학을 한번 살펴 보시고, 공감이 되는 경우에만 문의를 부탁 드립니다.







좋은 특허번역이 갖춰야 할 조건


변리사 입장에서 보면, 특허번역에는 세 가지가 동시에 요구됩니다.


  • 기술 이해: 해당 기술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으면 용어 자체를 잘못 옮깁니다. 반도체 공정 특허를 번역하는데 해당 분야 지식이 없다면, 전문 용어를 그냥 직역해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 특허법 이해: 각국의 특허법 요건에 맞는 표현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미국 특허청, 유럽 특허청, 일본 특허청은 각각 청구항 기재 방식에 대한 요건이 다릅니다.
  • 언어 능력: 당연한 얘기지만,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추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허번역은 반드시 해당 기술 분야를 아는 변리사가 검토하거나, 직접 관여해야 합니다. 번역가가 초안을 작성하더라도, 최종 검토는 변리사가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PCT 출원과 번역, 놓치기 쉬운 함정


PCT(특허협력조약) 국제출원을 하면 여러 나라에 동시에 출원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PCT 출원 이후 각 국가에 진입할 때 번역문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있습니다. 이 기한을 놓치면 해당 국가에서의 특허권이 소멸됩니다.


그거 아시나요? 기한을 놓쳐서 특허권이 사라지는 케이스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번역 준비를 너무 늦게 시작했거나, 번역 자체가 지연되어 기한을 넘기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변리사를 찾아오시는 거죠.


국가 진입 기한은 통상 PCT 출원일로부터 30개월입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 대부분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기한은 연장이 안 됩니다. 절대로.


번역 준비는 최소 3~4개월 전부터 시작하십시오. 기술 분야에 따라 번역 기간이 상당히 걸릴 수 있고, 변리사 검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허번역 비용, 어떻게 봐야 하나요?


가끔 "특허번역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페이지당 비용이 일반 번역보다 훨씬 높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국내 특허 하나를 출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백만 원입니다. 해외 출원까지 하면 국가별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 추가됩니다. 그 투자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 번역입니다. 번역 품질이 낮으면, 그 전체 투자가 흔들립니다.


비용을 아끼는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다만 어디서 아껴야 하는지를 잘 판단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정리 드리면,


특허번역은 일반 번역과 다릅니다. 기술 이해 + 특허법 이해 + 언어 능력이 동시에 필요한 전문 작업입니다.


해외 출원이나 외국 특허 대응을 준비 중이시라면, 반드시 해당 기술 분야를 이해하는 변리사가 번역에 관여하는 구조로 진행하십시오. PCT 국가 진입 기한은 절대 놓치지 마시고요.


꼭 저가 아니더라도, 특허번역만큼은 적절한 전문가를 통해서 진행하시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당장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알려 드리는 링크를 통해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