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스토리

특허도면, 심사관이 이걸 보고 거절 판정을 내립니다

윤변리사 2026. 7. 31. 07:18

안녕하세요

특허법인 테헤란, 윤 변리사입니다.


요즘 특허 출원을 처음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도면 관련해서 문의를 주시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변리사님, 도면은 꼭 있어야 하나요?
제가 직접 그려도 되나요?
도면이 잘못되면 특허가 거절되나요?

하루에도 이런 질문을 몇 번씩 받습니다. 그만큼 특허도면이라는 게 생소하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오늘은 이 부분을 제대로 한번 짚어 드리려고 합니다.




특허도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도면이 없어도 특허 출원 자체는 가능합니다.


특허법상 도면은 '필수 제출 서류'가 아닙니다. 명세서와 청구범위만 있으면 출원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


도면이 없으면 심사관이 발명의 구조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기계 장치, 전자 회로, 구조물처럼 형태나 연결 관계가 중요한 발명의 경우에는 도면 없이 명세서만으로 설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심사 과정에서 "발명이 불명확하다"는 거절이유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BM특허나 소프트웨어 특허처럼 흐름도(플로우차트)나 시스템 구성도로 표현이 가능한 발명은, 도면이 없더라도 상대적으로 설명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도면을 반드시 첨부하는 쪽을 권합니다. 이유는 뒤에서 말씀드릴게요.




도면이 특허 등록에 미치는 영향


19년 동안 수천 건의 출원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도면은 단순히 '그림'이 아닙니다.


도면은 청구범위와 함께 특허의 권리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심사관은 명세서를 읽을 때 도면을 함께 참조합니다. 도면에 표현된 구성 요소들이 청구항에 기재된 내용과 일치해야 하고, 도면에서 빠진 구성이 청구항에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더 중요한 건 이겁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도면이 권리 해석의 기준이 됩니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 상대방의 제품이 내 특허를 침해했는지 판단할 때, 청구항의 문언과 함께 도면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면에 없는 건 권리로 인정받기 어렵다.

실무에서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뭐 그런 거죠. 도면이 부실하면 권리도 부실해진다는 말입니다.




셀프 도면 작성, 해도 될까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잠깐 고민합니다.


"안 된다"고 잘라 말하기도 애매하고, "해도 된다"고 무작정 말하기도 어렵거든요.


결론부터 드리면, 셀프 도면은 가능하지만 위험합니다.


특허청에서 도면의 형식 요건을 정해 두고 있습니다. 선의 굵기, 글자 크기, 여백, 부호 표기 방식 등 생각보다 세세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 형식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보정 명령이 나옵니다. 이건 그나마 수정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내용입니다.


최근에 상담하신 분 중에, 본인이 직접 그린 도면으로 셀프 출원을 하셨다가 저에게 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도면을 보니 발명의 핵심 구성 요소가 빠져 있었습니다. 명세서에는 분명히 설명이 되어 있는데, 도면에는 표현이 안 된 거죠. 결국 심사 과정에서 "청구항의 구성과 도면이 불일치한다"는 거절이유를 받으셨습니다.


이미 출원이 된 상태에서 도면을 크게 수정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최초 출원 시 제출한 명세서와 도면의 범위를 벗어나는 보정은 허용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규사항 추가 금지 원칙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출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허도면의 종류, 이것만 알아두세요


특허도면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 정면도, 측면도, 평면도: 기계 장치나 구조물의 형태를 표현할 때 사용
  • 단면도: 내부 구조가 중요한 발명에서 필수
  • 블록도: 시스템의 구성 요소와 연결 관계를 나타낼 때
  • 플로우차트(순서도): BM특허, 소프트웨어 특허에서 주로 사용

발명의 성격에 따라 어떤 도면을 써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기계 발명인데 블록도만 그려 놓으면 구조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발명인데 굳이 없는 하드웨어 구조를 그려 넣으면 오히려 권리 범위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이 판단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도 출원 준비 단계에서 발명자와 여러 차례 논의하면서 도면 구성을 결정합니다. 한 번에 딱 정해지는 경우가 드물어요.




도면 작성에서 변리사가 하는 일


잠깐 딴 이야기를 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변리사가 도면 작업에서 하는 일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닙니다.


발명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전달받고, 그 아이디어의 어떤 부분이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핵심인지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이 도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구성을 설계합니다.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 요소가 도면의 어떤 부분에 해당하는지 부호를 붙이고, 명세서의 설명과 도면이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조율합니다.


이 과정이 허술하면 나중에 심사 단계에서, 또는 분쟁 단계에서 문제가 됩니다. 처음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중에 아무리 잘 대응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래의 공지글에는 제가 운영하는 법인 및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 정도는 꼭 한번 읽어 보시고 선택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도면 하나가 수천만 원짜리 분쟁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건 제가 직접 목격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중소기업 대표님이 수년 전에 경쟁사로부터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받으셨습니다. 상대방 특허를 검토해 보니, 청구항의 내용은 상당히 넓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면을 보니, 특정 구성이 도면에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도면에 표현된 그 구체적인 구성이 기준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고객사의 제품은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면이 오히려 상대방의 권리 범위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 거죠.


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특허의 도면이 너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상대방이 조금만 다르게 제품을 만들어도 침해를 벗어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특허는 등록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도면 하나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




특허도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정리드리면 이렇습니다.


도면은 특허 출원의 필수 서류는 아니지만, 없으면 사실상 제대로 된 특허를 받기 어렵습니다. 셀프로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내용 오류가 생기면 나중에 수정이 어렵습니다. 도면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권리 범위를 결정하는 근거입니다.


저에게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이미 셀프로 출원을 했다가 문제가 생겨서 오시는 분들입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하시는 분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항상 안타깝습니다.


꼭 저가 아니더라도, 특허도면 작성과 출원은 경험 있는 변리사를 통해서 진행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도면 하나 아끼려다 특허 전체를 날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저의 생각과 업무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